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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수치일까 심리일까

경제는 수치로 표현되기 때문에 가장 정교하고 정확한 분야인 것처럼 알기 쉽다. 주가지수가 몇 포인트가 등락했다느니,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 변해다느니, 혹은 실업률이 몇 퍼센트 내려갔다는 등 모든 것들이 수치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다루는 분야는 상당히 정교하고 치밀하며, 수치계산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 분야를 해서는 안된다고 느끼기 쉽다. 이처럼 얼 듯 경제를 보면 수치로 표현되는 정교한 분야인 것 같지만 사실 경제만큼 심정적이고 모호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주가지수가 반드시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실업률이 전망대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라는 신용평가기관이 미국의 국가신용도를 AAA에서 AA+로 낮췄다는 것은 나타난 수치에 의해 기준을 그렇게 보겠다는 나름대로의 시각에 불과하다. 신용평가기관이라는 집단 자체가 신용평가의 대상이라는 말이 우리는 귀에 익다. 한국에서 우리는 이미 디폴트 사태(채무이행 불능사태)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라는 곳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우리는 S&P나 무디스, 혹은 피치 등의 평가기관에 대한 선입견은 별로 좋지 않다. 사실 이 신용평가기관이 불경기전에 AIG라든가 리먼 브라더스 등 제멋대로의 금융기관들에 대한 평가만 제대로 했었어도 지금과 같은 경제난국은 오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뒷돈을 받아챙기면서 평가한다는 비난까지 받던 신용평가기관은 그 자체가 평가를 받아야 하며, 미국 자본주의 병폐를 지적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은 엇그제 “오바마 대통령은 신용평가기관 사람들을 단죄하는 강단을 보여야 한다”며 힐난했다. 아무튼 이 같은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는 최근 몇주동안 주가가 1600포인트 이상 빠지며 블랙 프라이데이, 블랙 먼데이 등을 보였던데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절대로 정교하지 않으며, 예측이 불가능한데다 감정적”인 분야이다. 최근 워싱턴에서 뉴욕의 경제난맥상을 보노라면 이곳 워싱턴의 국가 지도자들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경제는 심리적이다”는 측면에서 절실히 느껴진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던 대공황 시절이 자주 비교되지만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그 당시에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라는 지도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루즈벨트는 경제가 다분히 심리적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경제난국을 이겨나가자는 연설에서 “우리가 염려해야 할 것은 공포 그 자체이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나 혹은 “경제가 회생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팽배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거의 매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정부의 방침을 설명하며 희망을 불어넣었고, 불안한 심리를 바꾸려 애썼다. 이것이 그 유명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爐邊情談. fireside chat)이다. 마치 난로가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도란도란 예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는 듯한 대화를 말한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비슷한 경제난을 만났지만 존 베이너라는 공화당 하원의장이나 미치 매코넬이라는 공화당 상원지도자라는 인물, 그리고 듣도보도 못한 느닷없는 티파티 인사들 등이 한창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는데 여념이 없어야 할 자기 국가 대통령을 헐뜯는 모습만 보고 있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란 대통령은 그들의 공박에 대항해 사사건건 변명이나 하고 있으면서 그들이 반대하는 행동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번번히 자기 정책을 좌절시키고 있다. 지도자란 모름지기 자기 변명이 없어야 한다. 남의 탓을 하면서 자기가 할 일을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자는 이미 지도자 자격은 없는 것이다. 지도자는 이미 그런 어려움을 이겨나갈 자신감과 전략과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라는 감정의 난맥상에서 이를 이기며 희망을 던져줘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어려운 시기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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