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 상한선 합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어차피 미국은 채무불이행이라는 수는 생각할 수 없었다. 미국이 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 의회는 현재 14조달러를 넘어서는 부채의 법적인 상한선을 올리는데 합의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합의를 하기 전까지 누가 기가 센가를 가늠하는 기싸움판이었다. 부채 상한선을 올리지 않으면 미국 법적으로 그 이상 수준으로 넘어가는 부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며, 이는 정부의 능력을 하루아침에 무능하게 막아서게 하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미국 국민들 역시도 “의회가 하루 빨리 부채 상한에 합의하고 경제회생에 더 전력해라”는 여론이 70%를 넘어섰었다. 이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성향의 국민들 모두가 보여진 여론이다. 마치 서부시대에 총싸움 대결을 벌이면서 누가 빨리 총을 뽑아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혀 이기느냐는 그런 싸움도 아니었고, 정해진 시한내에 합의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가 죽어나가야 하고, 자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무너지는 그런 판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채무 불이행, 합의할 듯”이라는 것은 기사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었었다. 이처럼 너무나 명백한 사안을 두고 양측은 그러나 너무나 얄팍한 속내를 억지로 감추면서 서로 기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다. 벼량끝 공멸의 순간을 코앞에 두고서야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 뒤 마치못해 하는 식으로 이룬 합의는 그래서 국민들에게 “합의해서 잘 했다”는 긍정적인 표현 보다는 “어차피 할 것을 왜 서로 상처를 입히고, 무엇보다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때까지 다 준 뒤에 합의하느냐”는 비난만 샀다. 특히 미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일부 연구단체들은 부채를 줄이는 것 보다는 현재 무너진 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 급선무라는 전제하에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예산지출을 줄이는 것은 경제를 살아나게 한 뒤에 했어야 하는 조치이라며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정부 부채를 줄이기 이전에 흑자난 연방정부 예산을 적자로 탕진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아니다. 있지도 않은 대량 살상무기를 핑계로 9.11 테러 충격을 이라크로 돌리려 전쟁을 벌이고,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펼쳐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를 더욱 악화시켜 결국 정부 재정을 축낸 부시 정부의 실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인론을 넘어서 이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을 맞아 어찌됐든 자당에 유리하게 행동하는 야당에 대응해 해결책을 강구해야하는 현 오바마 정부의 대여당 타협능력과 정치력 부재는 요즘들어서 원인 만큼이나 비난받고 있다. 애초 그가 대선후보로 나설 때 지적됐던 ‘워싱턴 정가의 신출내기’라는 딱지에서 우려되던 한계가 요즘 그대로 현실로 보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정치가 애초 그렇지 않느냐는 초연한 자세를 갖고 지켜볼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닌 요즘 경제상황에서 흠집내기에 혈안인 공화당과 이를 대항하면서 한계성을 계속 노출시키는 오바마 정부의 정치력은 현재 미국이 국제사회, 국제경제에서 갖는 위치에 비해 너무나 유치하고 초라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런 판국이니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이 “국제경제의 기생충”이라고 일갈하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어찌하다 미국이 이 같은 비난까지 받아야 하는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 경제의 핵심분야인 부동산 경기는 이쯤에서 올 상반기에 차압주택 수가 25% 가량 줄었다는 것으로 안심해야 하는 지경이다. 차압이 속도가 더뎌 줄어든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전환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을 닮아가지말고 무엇이 우선인지를 냉철하게 직시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