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행사 협찬 요청 '몸살'

"불경기도 어려운데…외면할 수도 없고…" 업체들 행사 협찬 요청 '몸살' 이벤트 지원 요청에 식당·제과점 등 하소연 동창회·향우회 모임에 심지어 계모임까지

최근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인사회 식당가 등 업소들은 말 못하는 어려움이 크다. 수많은 한인단체들이 개최하는 행사에 스폰서를 서달라는 주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 호경기 때처럼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닌데다 행사를 여는 주최측에서도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으니 도와달라는 주문이 늘어난 때문이다. 특히 한여름을 지나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각 단체들은 행사를 계획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인업소에 대한 협력의 요청 또한 늘어나고 있다. 업소들로서는 자신이 속한 향우회 행사를 비롯해 동창회 등에서부터 한인회 등 단체들이 개최하는 대형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 때 마다 협력이나 스폰서 요청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버지니아주 비엔나의 한 레스토랑의 경우 한달에 약 4~5건의 대형행사를 위한 협력 요청을 받는다고 말하고, 행사 때마다 거절할 수도 없어 사안에 따라 대응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애난데일 콜롬비아 파이크 상의 한 유명식당 역시 행사 자체가 많이 개최되는 곳이라 협력이나 스폰서 요청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귀뜸했다. 식당가에서는 소정의 금액을 헌금하거나 음식을 장만 보내기도 하는 식으로 협력을 하는가 하면 행사 장소를 공개하는 식으로도 참여해준다. 이같은 행사에 도움을 주는 규모는 업체마다 차이가 나 500달러에서 100달러 내외가 주류를 이루고, 일부 음식점의 경우 음식을 제공하거나 간식꺼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제과점에서는 번듯한 이름을 사용하는 단체가 아닌 계모임이나 동창회, 혹은 단체 회원들의 모임을 열면서 제과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주문도 받으며, 일부 행사에서는 악세사리, 혹은 문구류 등의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행사에 필요한 상품이나 경품 등의 명목으로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서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소는 아예 한인들의 행사 전체를 외면하는 경우도 생긴다. 모 업소의 경우 “매번 행사협찬을 요청받고 선별적으로 하기도 어려워 아예 모든 행사 일체를 거절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 레스토랑 지배인은 “한인사회에서 영업을 하면서 이를 몰라라 할 경우 앞으로 제대로 영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행사를 계획하는 단체들에서는 최근 사정이 어렵게 되면서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한인사회에서는 ‘주최’라는 말도 모자라 ‘주관’이라는 말을 사용, 어느 단체가 실제 개최하는지 모호한 경우도 있으며, 이외에 ‘특별 협찬’이나 ‘공동협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도움을 준 이들을 되도록 많이 모으려하기도 한다. 기존에도 한인사회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몰려드는 협찬이나 스폰서 요청에 업체들이 얼굴을 찡그려 왔으나 최근 경기침체 상황이 장기화되고 업소들 역시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푸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철호 선임기자 [워싱턴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