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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값 20% 더 떨어져야 바닥'

<앨런 콜버그 ‘베인앤컴퍼니’ 금융 컨설팅 총괄> “미국 부동산 가격이 20% 정도 더 떨어지면 바닥을 칠 것으로 본다.”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베인앤컴퍼니의 앨런 콜버그(사진) 글로벌 금융서비스 부문 대표는 미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2006년 기록한 최고점에서 40%가량 떨어지면 거품이 걷힐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2001년 이후 큰 폭으로 벌어졌던 임금인상률과 부동산가격 상승률 사이의 간격이 메워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미 부동산 가격은 20%가량 떨어진 상태다. 그에게 미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에 관해 물어봤다.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여전히 흔들린다. “실제로 돈이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돈이 이곳 저곳 스며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미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채권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은행 간 자금 거래 때 적용되는 런던은행간금리(리보)가 요즘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은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갔다. 세계 경제 회복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는가. “금융위기 자체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올 연말께 안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물경제 침체는 오래갈 것으로 본다. 미국은 내년 한 해 동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은 2010년에야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회복에 이어 기지개를 켤 것이다. 이번 불황은 지난 10년간의 장기 호황이 끝난 것을 의미한다. 세계 자본시장이 새롭게 판을 짜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며, 원자재 가격 상승도 실물경제에 큰 부담이다. 금융위기 극복 이후에도 세계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라고 주장하는데. “지난 20년간 금리가 낮았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돈이 넘쳐흘렀다. 이 돈이 1990년대 후반 닷컴으로 갔고, 닷컴 거품 붕괴 이후에는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2002년까지 미 주택가격 상승률은 임금상승률을 웃돌지 않고 같이 갔다. 그러나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알트A(서브프라임보다 신용이 한 등급 높은 모기지)를 통해 유동성이 과다하게 공급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임금인상 폭을 크게 웃돌게 됐다.” -상업은행의 시대다. 투자은행이 영영 자취를 감출까. “투자은행의 업무 중 위험이 높은 자기매매(회사 돈으로 각종 자산에 투자하는 것)는 앞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자산운용과 중계 업무는 보험회사와 상업은행들이 탐내는 사업이다. 다만 투자은행은 인수업무와 M&A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들 부문에 특화된 투자은행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희성 기자 ◆콜버그=하버드경영대학원과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베인앤컴퍼니에서 20여 년간 경영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 회사 입사 전엔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재무분석가로 일했다. 베인앤컴퍼니는 세계 2위 컨설팅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