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빠른 워싱턴 일원 주택 시장

회복세 빠른 워싱턴 일원 주택 시장, 일부 지역서는 '웃돈' 경쟁까지 호황기 시절 '에스컬레이션 조항'도 눈에 띄기 시작

1월 초부터 집을 찾아 다닌 주부 제니스 김(비엔나 거주)씨는 이달 초에야 겨우 매매 계약을 할 수 있었다. 페어팩스에 있는 방3칸, 화장실 3개짜리 단독주택의 요구(리스팅)가격은 39만 9000달러였고 김씨는 40만4000달러로 오퍼를 넣어 하루 뒤 계약이 체결됐다. 본격적으로 집을 찾아 나선 지 꼭 4개월 만이었다. 김 씨는 “오퍼를 넣으면 가격을 더 높게 쓴 구매자한테 밀리거나 하루 정도 생각해 보고 오퍼를 넣어야지 했다가 다음날 이미 계약이 체결됐다”며 “부동산 시장이 아직도 어렵다지만 이쪽(워싱턴 일원)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리스팅 가격보다 ‘1만5000달러나 올려서 오퍼를 넣었는데도 다른 사람한테 밀린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 사기로 한 집도 우리 말고 오퍼 가격을 더 높게 쓴 다른 경쟁자가 있었는데 우리는 전통 융자를 택한 반면 상대방은 연방주택국(FHA)보증 융자(다운페이먼트가 집값의 .5%로 가능)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 오퍼가 받아들여 졌다”고 했다. 워싱턴 일원,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를 중심으로 한 한인 선호지역의 집 사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날씨가 풀린데다 전국 주택시장과는 달리 워싱턴 일원 시장의 회복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잠재 주택 구매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전문 조사업체인 클리어 캐피털에 따르면 올 1분기 워싱턴 일원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서 4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전분기보다는 1.5%가 올랐다. 한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매물은 큰 변동이 없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북버지니아 부동산협회(NVAR) 산하 한인 부동산 포럼의 케빈 리 의장은 “1월부터 주택 구매자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집을 사야겠다는 확신이 일반인들에게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센터빌 지역은 이른바 ‘웃돈’경쟁까지 붙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의장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한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다시 등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션 조항이란 구매자가 자신의 오퍼보다 높은 제시가격의 오퍼를 주택 소유주가 받을 경우 웃돈을 붙여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거다. 웃돈은 500달러, 1000달러, 1500달러 등 구매자가 미리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30만 달러에 오퍼를 넣으면서 2개 이상의 멀티 오퍼가 될 경우 33만 달러 선에서는 다른 오퍼의 500달러를 더 얹어 주겠다는 조건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부활했다는 것은 그 만큼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시장의 변수는 그러나 여전히 문턱이 높은 융자”라고 지적했다. 한편, 얼었던 주택 시장이 해동되는 조짐을 보이자 그 동안 업계를 떠났던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시장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부동산 회사 대표는 “라이선스를 정지시켰던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요즘에는 하루에 3명 이상 인터뷰를 보기도 한다”고 귀띰했다. 이성은 기자 [워싱턴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