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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근교 하이킹 코스 스카이 메도우 #2

개울을 따라 오르는 길. 적막하고도 호젓한 길을 오르는데 바위도 나무도 사방이 온통 눈꽃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이보다 곱고 화사한 꽃이 지상에서 또 있을까? 신이 허락하여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 폭 유채화. 보는 가슴이 저려옵니다. 늘 인왕산이 그리웠던 미국생활 40년, 오늘 마침내 처음 산을 찾았다는 닥터 유. 더욱이 설산산행은 평생 처음이라며 몇 번을 되뇌어 감탄합니다. 유년시절 향리의 뒷산에서 검정 고무신 신고 토끼몰이 때 설산을 휘젓고는 처음이라는 빵장님. 그때 그 발엔 지금 아이젠이며 스패츠가 신겨져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이어지는 눈꽃잔치에 구수한 남도 사투리의 넋두리 같은 찬사가 입에서 거듭 흘러나옵니다. “겁나게 좋아부러.

정말로 징허네이..” 견딜 수 없는 그리움만큼의 눈이 가지에 쌓이면 그만 눈을 털어버리고 튕겨져 올라가며 다른 가지를 건드리니 눈꽃의 낙화가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지면서 애틋한 별리가 보기에도 애처롭습니다. 산객의 미동에도 진동이 일어 한웅큼씩 쌓인 눈이 떨어져 내려 정신이 바짝 들도록 머리를 감싼 후드를 세차게 두드립니다. 자연이 준비한 순백의 향연. 우리는 이곳에 초대받은 귀빈이 되어 원 없이 잔치를 즐깁니다. 그리고 또 이 잔치가 끝이 나고 세속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아름답게도 아득한 기억은 두고두고 그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오늘처럼 봄이 오는 소리가 꿈결에도 아련한데 그 기다림과 그리움이 엉기고 엉기어 마침내 순백의 은빛 눈꽃으로 맺혀진 듯합니다. 그나마 모두 처져버리고 단둘이 정상을 향해 갑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또박또박 나의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느낌이 참 생경하지만 우쭐하게도 느껴집니다. 내리면서 이미 녹은 상태의 눈이라 내리면 서로 엉켜 뭉쳐져 신발 바닥에 덕지덕지 붙었다가 가득 쌓이면 허물어져 떨어지곤 합니다. 그 엉켜 붙는 눈 때문에 점점 키가 커져서 세상을 20센티미터 위에서 내려다보니 한껏 거드름을 피울 기세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높은 눈 때문에 발이 삐끗하니 허리며 무릎에 통증이 생깁니다. 겸손하지 못하게 처신한 순간에 대해 자연의 징벌이 내려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면서 혼자임을 자각하고 이러한 길은 함께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미치니 불현듯 외로움이 스며듭니다. 인간은 고독할 수 밖에 없다던 시인의 말처럼 그래서 하느님도 한번 씩 우시는 때도 있고 산도 외로워 하루에 한번 씩 그림자로 마을로 내려오고 한갓 날짐승들도 외롭고 외로워 마을로 내려온다 하였습니다. 새는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고 기뻐서 노래하는 것도 아닌 그저 습성으로 인하여 그리하는 것.

어쩌면 나도 이미 배워버린 습성으로 고독함을 느낄 때 마침내 자연을 노래하게 되고 그런 애틋함으로 가슴에 강물을 만들어 흘려보내는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처럼 차분한 눈길을 걸으며 그동안 분주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일상에서 지쳐버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내가 가야할 길을 찾는 시간. 참으로 소중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어 많이도 행복합니다. 적어도 오늘의 나는 산이 있어 외롭지 않고 그 산속에 귀의하여 동행과 함께 고독하지 않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상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의 정상은 언제나 목초로 가득 채워진 개활지에 간간이 고목들이 버티고 있어 참으로 고즈넉한 풍경을 선사하는데 오늘은 모두 눈꽃으로 다시 피워내니 내 기억 속에 뚜렷한 그 풍경에 덧칠을 하여 현실과 꿈을 오가는 몽환적 착시현상이 생깁니다. 등을 밀어내는 바람에 버티어 동녘 산하를 굽어봅니다. 나는 언제나 꿈을 꾸는 사람. 삶의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보헤미안처럼 언제나 마음이 동하면 길을 나서고 그리움이 일면 산으로 향하고 외로움이 짙으면 산정을 오릅니다. 그래서 얻는 묘답. 또 다른 산에서 또 다른 풍광을 보며 그 감정들을 추스르는 일. 그것이 내 숙명적인 삶의 향방이라 여기며 다음 여정의 산을 어여쁘게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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