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나먼 지구의 반대편 남미 일주 트레킹. #7 - 바람의 나라 파타고니아
영문 이니셜 w자 형태로 생겼다고 붙여진 이 트레일을 걷기 위해 수많은 세계 트레커들이 로망으로 여기며 찾아들고 있습니다. 파이네는 천이백만 년 전 융기한 바위산으로 화강암을 덮고 있던 퇴적암이 빙하에 의해 침식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토레스는 탑이라는 뜻이며 파이네는 푸르다는 의미. 그래서 우리는 푸른 거탑 이라고 나름대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고요한 천국 같은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신이 내린 마지막 선물이라는 이곳. 그러나 이곳도 지금에서야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고 원시 자연을 동경하는 열정으로 모험가들의 가장 사랑받는 방문지가 되었지만 19세기 까지만 해도 불모의 땅으로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버림받은 지대였습니다. 진화론의 거두, 찰스 다윈마저도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땅으로 규정 지워버린 죽음의 땅이었습니다.
파이네를 보기 위한 새벽 산행으로 길고 먼 쿠에노스 산장 까지의 이동은 비록 몸은 지쳤으나 노르덴스콜드 호수와 함께 걷는 넉넉한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W트레킹 내내 곁을 따라 오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노르덴스콜드 호수를 왼편에 어깨동무처럼 두고서 말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자연은 체념하고 별반 항거없이 순응하는 우리가 기특했는지 이내 화사한 초가을 날씨를 주십니다. 마음도 가벼워진 우리는 우측으로 펼쳐진 만년설봉의 산군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도 하고 함께 동요를 부르며 흥겹게 W자를 그리고 갑니다. 바람 햇살 꽃 향기. 심지어 땀내 베인 사람의 내음 까지도 스치는 모든 것들이 풍기는 향기에 취하고 돌아가는 어귀마다 펼쳐보이는 새로운 풍경에도 취한 채 걷고 또 걷습니다. 잰걸음으로 반은 달리다 시피 하였더니 우린 6시간 시간 만에 쿠에노스 산장에 도달해 여장을 풀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계곡. 프렌치 벨리를 오르는 날입니다. 오늘 트레킹은 가히 배낭의 무게와 파타고니아의 거친 바람과의 전쟁일듯 합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길을 뚫고 걷다 보니 이윽고 프랜치 벨리가 시작되는 이탈리아노 산장에 도달하였고 세상에 내 놓아도 하나 손색없을 천연 가든에서 점심을 즐기자며 독려하여 계곡을 치고 올라갑니다. 왼쪽엔 거대한 빙원이 강을 이뤄 흐르고 오른 편으로는 푸른 거탑과 그 호위병 격인 산군의 뒷 자태를 감상하며 오르는 길. 시선 하나 두는 곳 마다 명경이 아닌 곳이 없고 점점 작아지는 옥색 노르덴스콜드 호수의 풍경은 명인의 풍경화 그 자체입니다. 냉기 머금은 한 자락 광풍이 몰아 닥치면 멀리 낙하하는 폭포수가 그 강한 바람에 오히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불가사의를 목격합니다. 하늘로 치솟는 폭포. 파타고니아의 바람이 부리는 마술같은 묘기입니다. 가슴에 가득 훈장을 달고 내려와 체력저하로 프랜치 밸리 등정을 포기한 동행들을 이끌고 식사 장소를 물색하러 나섭니다. 맑고 고운 시내가 흐르는 곳. 그 청정한 파타고니아 빙하수에 의식처럼 발을 담그고 피로한 발을 보듬습니다. 바람이 잠들어 인애로운 파타고니아의 햇살이 은총처럼 내리는 날에 쳐다보면 설산 내려다 보면 옥색 호수 천하 명당에서 황제와 황후가 부럽지 않은 오찬을 즐깁니다.
바람의 나라. 폭풍의 대지. 마젤란 해협을 따라 불어오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바람 때문에 파타고니아의 일기는 참으로 변화가 극심합니다. 해양성 기후에다 눈과 비가 섞인 바람은 몸을 날려버릴듯이 불어 닥칩니다. 이 거칠고 황량한 바람의 대지에서 무엇하나 살아 남을 것이 있을까 의문스러워 집니다. 파타고니아의 기후는 고지대와 저지대마다 달라 바람도 다르다 합니다. 이토록 변화 무쌍한 자연과 풍경을 본 사람들은 파타고니아를 보지 않고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나 봅니다. 길 들여지지 않은 광폭한 바람마저도 아름다운 파타고니아. 그 풍경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갑니다.
4일간의 여정 마지막 숙소인 그란데 파이네 산장으로 가는 길. 몇 십 파운드 무게의 배낭을 메고 어께죽지에 통증이 내려도 이처럼 꽃길을 따라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 파타고니아의 길도 당연 행복한 고행의 길이 아닐까? 요즘처럼 날씨만 짓궂게 변덕부리지 않으면 파타고니아는 계절과 시간 뿐만 아니라 이 바람과 꽃향기 그리고 풀내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내 걸음을 맞추어 볼만한 일입니다. 비록 혼자 걷는다해도 종일 불어대는 바람은 어쩌면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함께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람. 저도 외로워서 부는 것일테니까요. 그런 소소한 상념에 젖어 걷다보니 마침내 호숫가에 색색의 텐트들이 가을 단풍처럼 흩어진 중심에 소담스런 산장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내려다 보입니다. 고갯마루에 올라 시선을 그 산장 위로 던지니 우리를 반기는 축하의 의식처럼 서쪽하늘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이 참으로 강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을 떠나 생소한 길을 걸으면 구도의 철인까지는 아닐지라도 내 삶의 변화를 주기에는 충분하고도 행복한 고행의 여정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한번 씩 닥쳐오는 시련마저도 기쁠 수 있는 이 길에서 그 위에 흩어진 내 삶들을 주워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을 얻기에 마땅히 마음이 넉넉한 나그네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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