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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5

짧은 길 그러나 긴 여운. Lion's Head Trail.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집니다. 간밤에도 굵고 잦은 빗소리에 누구의 방문이 있나 싶었을 정도로 한번씩 심하게 차 지붕을 두드리며 흔들곤 했습니다. 산행이 끝난 저녁에 내리는 비는 아늑한 평화의 휴식을 마음에 안겨주는데 산행을 앞둔 아침의 비는 참 불청객이라 밉죠. 그래도 길은 나서야 하고 꿀꿀이 죽처럼 아침을 끓여 먹고 몸을 데운 후 떠날 채비를 합니다. 어제 묵은 이 야영장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자가등록을 하고 봉투에 약정금을 넣어 디파짓 통에 투하하면 됩니다. 찢게된 영수증 같은 것을 야영 사이트 입구에 붙여 놓으면 되는데 대부분 부대 시설은 미미합니다. 화장실도 푸세식이며 펌프질해서 길어올리는 지하수외에는 전무합니다. 

샤워 시설도 없으니 자연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러 가는데 야영장의 길이 거의 물길이 되어버렸고 화장실만 덩그러니 섬처럼 떠있습니다. 가까이 차를 대고 도하하여 볼일보고 나와 뒷켠을 보니 숲 전체가 강이 되어 물이 콸콸 흐릅니다. 야생에서 샤워장이 따로 있어야 할것도 아니고 마침 저기 저 강물을 범람시켜 이곳 까지 끌고 왔으니 얼마나 편해졌습니까. 빙점의 기온도 아랑곳 없이 훌훌 벗고 샴프질에 비누칠에 시원하게 즐기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거리낄 게 없습니다. 물기를 닦고 차에 앉으니 그야말로 날개 없어도 하늘을 날것 같은 이 뽀송뽀송한 느낌. 그렇게 비요일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남은 일정 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황금색 들판과 흰 설산이 아름다운 이 9월도 나쁘진 않은데 7월을 제외한 8,9 월은 비가 잦아 여름 성수기는 7월로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연어 산란기가 7월 한 시절이니 빨간 육질색의 야생 Red Salmon 을 잡아서 맛보려면 반드시 이 때 방문을 해야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반드시 돌아와 산란 후 죽어가는 연어의 일생. 회귀본능이라 하는데 이역하늘 아래서의 생활이 30년에 이르는 나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은듯 합니다. 포장마차가 그립고 친구가 그리운 요즘이랍니다. 그 친구들과 함께 하던 천엽의 즐거움. 알래스카 연어잡이가 꼭 그와 같습니다. 

한켠에는 초고추장 만들어 회먹을 준비하고 매운탕거리 대령하고 한켠에는 대형 잠자리채 같은 그물을 여럿이 힘을 합해 풍덩 물에 던지면 물반 연어반의 강에서 운좋으면 한번에 내 다리만한 크기로 몇 마리씩도 건져올립니다. 물론 외부인에게는 허락된 일은 아니지만 원주민들은 동계 식량으로서 포획이 허가된 일입니다. 매년 7월 1일과 16일에 시작되는 두차례의 미주 트레킹의 알래스카 일정의 마지막에는 이런 천렵을 하면서 얻는 야생의 맛도 가미하는데 캠핑카 설치하고 모기 염려없이 해물로 차려지능 풍성한 식단으로 나날을 보낼 수 있습니다. 수년전에 한국의 가을처럼 붉은 단풍이 보고싶다며 찾아온 알래스카 원주민들에게 웨스트 버지니아의 단풍명소를 소개하며 모시고 함께 여행한 인연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도 돌아가는 길에 대형 빨간 연어 댓 마리와 차가버섯과 불로초등 화물 수용 한도 무게로 까지 만들어 한박스 만들어주십니다. 가진 것 없어도 인복이 많은 인생이랍니다.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몇차례나 지인들과 연어 잔치를 벌려야겠습니다. 

Pioneer Ridge Trail. 국도인 Knik River Road의 4마일 지점에 아담한 주차 공간이 있고 게시판에는 이 트레일에 대한 특징과 준비 사항을 적어놓고 등산 지도도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1900미터 정상에 오르면 동편으로는 Mt. Marcus Baker의 Knik 빙하가 남쪽으로는 Eklutna and Whiteout 빙하를 품고 있는 Bold Peak가 장엄하게 펼쳐지는데 10km의 길을 걸어 1500 미터를 올라야 다다를 수 있는 힘든 길입니다. 맑고 밝은 날이나 접근이 가능하고 산마루가 시작되는 1600미터 높이의 Upper Pioneer ridge 까지만도 1200미터의 고도를 올려야만 하는 결코 녹록치 않은 트레킹입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목숨을 저당잡혀 놓아야 하는 등정길. 그래도 일단은 우의 착용하고 완전 무장해서 올라갑니다. 가다보면 비가 그칠 수도 있고 예쁜 풍경하나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저비리지 않고 말입니다. 길은 초반부터 4,50도의 각도를 유지한 채 시련에 들게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땅만 보고 올라갑니다. 이따금 흘깃 옆으로 보지만 여전히 숲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다 수풀 사이로 터진 공간이 나와도 풍경은 자욱한 비안개에 가렸고... 슬슬 회의적인 생각이 떠오릅니다. 죽어라고 이 비탈길을 목숨 걸어놓고 올라가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길은 외길이고 오르면 되지만 아무런 비경도 감흥도 얻지 못할 것을 알면서 고집할 필요는 있을까! 자학을 하면서 쾌락을 얻는 세디스트도 아니고 고행을 자처한 수도자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들자 미련없이 하산을 합니다. 씰데없이 오르기도 많이 올랐습니다. 하산하는데도 엄청 시간이 걸립니다.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의 이동을 구상하면서...

앵커리지에서 시작해 동부로 난 Glenn Highway를 타고 달립니다.  Lion’s Head Trail을 오르기 위해 가는데 Caribou Creek을 건너기 바로 전 언덕위의 106마일 지점에 위치해 있으니 비집고 들어간 지점이 40마일 지점이라 한시간 반 정도 달리면 됩니다. Palmer라는 동부 군사도시로 달리는 이 길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Matanuska River을 거슬러 올라가는 협곡 삼백 킬로미터는 웅장한 풍경을 펼쳐놓아 달리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해 비록 혼자임에서 '정말 멋있다. 그쟈?'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네게 됩니다. 그 압도적인 장대한 풍경의 이어달림에 차창을 열고 달리면서도 정차해서도 열심히 찍어 댑니다. 황으로 덮인 계곡과 산 허리에 전나무들이 가끔 퍼져있고 그 위로는 설봉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런 풍경이 계속 다른 구도로 몇시간 동안 변화를 주니 그 묘하고도 이색적인 풍경에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고 맙니다. 마침내 트레일 시작점에 도착했고 이웃 칼리부 크릭 피크닉 장소에서 가볍게 점심상 차려 먹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감동이 큰 코스로 소개되는데 350미터를 정신줄 놓고 오르면 한시간 만에 정점에 도달할수 있습니다. 우선 첫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땅이 AT&T 전화회사 소유라 형식적이지만 바리케이트에 붙여놓은 경고판의 전화번호로 연락해서 허가를 받도록 해놓았습니다. 몇명이 왔고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 물어옵니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이 첩첩 산중에 전화가 터지고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했더니 이 기지 덕분이었습니다. 돌무더기를 모아 등산 시작점을 알려놓은 지점에서 시작해 둥글게 봉긋 솟은 암산을 단숨에 에둘러 오르면 천길 낭떠러지가 발아래 섬뜩하게 깎아 내리고 더욱더 깊어진 계곡에는 강물이 도도히 흘러갑니다. 그 뒤에 비스듬히 길게 누워 게으르게 흐르는  Matanuska 빙하가 시선을 압도하는데 고작 해발 400미터도 되지 않는 이곳에  저렇게 거대한 빙하지역이 형성되어 있으니 이 지역의 평균 온도를 가히 짐작 할수도 있겠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언제 어느새 솟아 올라왔는지 Talkeetna 산맥의 산군이 만년설을 덮고 반가운 인사를 보냅니다. 

발 아래는 호크와 독수리의 비상도 보이니 마치 나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는 착각이 들어 팔을 비스듬히 하고 날개 짓을 해봅니다. 비가 조금 섞인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때려도 이 자족의 행복이 가득한 지금은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가 않고 정신을 맑게 하고 더위와 땀을 식혀주는 청량제 같습니다. 오늘 비록 파이어니어 릿지는 등정하지 못했어도 열심히 달려와 마주 대한 사자머리 산이 들려주는 알래스카 산들의 전설을 들으며 한동안 이 장대한 풍경의 기억이 흐려질까 미동도 없이 한없이 한없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뺨에는 고인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게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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