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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 트레킹. 5일차

모레인 호수를 발아래, 10 peaks 영봉을 곁에 두고.  

멀리서 달려오는 열차의 무적소리가 가까워지면서 산장의 아침도 분주해집니다. 모두가 삼대 적선을 한 덕분인지 일기예보는 늘 비옴이라 알려져도 막상 길위에서는 쾌청한 기류가 드리워지고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밤에 비오고 낮에는 그쳐주는 고마운 날들입니다. 밤에 오는 비는 비록 속세에서는 그냥 불편하고 우중충한 비이지만 산정에는 하얀 눈으로 쌓여 로키의 풍경을 더욱 기막히게 곱도록 만들어 줍니다. 

여름내 사라져버린 준봉의 눈이며 빙봉의 빙하들이 거의 녹아버려 초라하게 변해버린 산세에 하얀눈이 내려 덮어주니 진정한 로키의 풍모를 되찾게 해줍니다. 난 로키를 찾는 분들에게 과거 적기라 여겨지던 6,7,8 월을 피하고 5월 9월 방문을 강권합니다. 엘니뇨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여름 성수기는 눈과 빙하가 다 녹아버려 볼품이 없는데 오히려 5월이면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장관을 이루고 9월이면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설산 산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키라면 적어도 만년설산을 가득 품고 있어야 제격이니까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듯 달리는 길 양편으로 지난 밤 내린 눈으로 덮인 설봉들이 수려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오늘의 트레킹. 혹자는 루이스 호수보다 더 매혹적이라는 빙하 퇴적으로 이루어진 모레인 호수에서 출발하여 10개의 준봉들이 나란히 서서 우리와 속 깊은 정을 나누고 라치 밸리를 유적하게 걸으며 야생화의 환대를 받고서는 미네스티마 호수에 이르러 오찬을 즐기고 센티널 패스 정점에 올라 피안의 또 다른 절경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가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모레인 호수 전망대에 일단 올라가 루이스와는 또 다른 고혹적 청자빛 호수의 정경을 바라보며 영혼을 세척하고 사백여 미터를 꾸준히 오르는 경사길에 들어섭니다. 간간이 얼굴을 내밀며 아는 척하는 모레인 호수는 그때마다 새롭게 화장을 고치고 웃고 있습니다. 더욱 짙어지고 더욱 푸르러지며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호수가 제대로 전체를 보여줄 때는 나무들의 키들도 더욱 작아져 수목 한계선에 다다랐음을 묵시합니다. 그럴 즈음에 길은 꺾이며 평탄해지고 이제 계곡에는 늦여름의 들꽃들이 반겨줍니다. 

짙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하늘에서 차가운 무엇이 떨어집니다. 진눈깨비입니다. 주변도 찬바람으로 휘감기며 찬기운이 음습합니다. 올들어 처음 눈을 맞는 순간이며 분명 머너먼 땅 브라질 상파울에서 오신 분들을 축복하는 서설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마음껏 눈을 맞으며 이 순간을 기억하려 합니다. 

바람도 잠들고 이 순간만큼은 정적과 고요가 머물며 한껏 즐기라합니다. 이제 막 가을의 황금 들판을 지났는데 어느새 눈내리는 겨울 풍경속으로 들어왔으니 그야말로 우리는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다 맛보는 생경한 경험을 해보는 나날 들입니다. 한번씩 올라온길 되돌아보면 열개의 준봉이 시야에 꽉 차며 더 이상 붓을 댈 부분이 없는 완벽한 풍경화가 완성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매우 친숙해진 로키의 설산 풍경입니다. 처음 대하던 어색함과 부자연스런 우리들의 사이도 시간이 흐르며 익숙해지며 농도 주고받을 수 있는 가까운 동행으로 변해가듯이 말입니다. 

이윽고 미네스티마 호수에 도달하였습니다. 배꼽시계의 알림. 이미 산과 예약한 또 한군데의 세상 가장 아름다운 가든 식당에서 점심상을 차립니다. 넓은 바위가 상이 되고 라면을 끓여 뜨거운 국물과 함께 아침에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오찬을 즐깁니다. 흰밥에 김치와 마른 반찬 몇가지. 사실 허접한 식단임에는 분명하나 고된 산행과 천하제일경을 눈앞에 펼쳐놓고 먹는 음식인데 그 또한 천하제일미가 안될수 있겠습니까! 더불어 뉴욕에서 오신 얼굴 마담의 섬섬옥수로 타주는 뜨거운 커피 한잔은 이 연회의 화룡점정입니다. 다시 우리가 올라야 할 센티널 패스가 눈앞에 선명하게 길을 내주지만 아무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저 오르막길을 올라 고갯마루에 서면 분명 더욱 감동적인 풍경이 기다릴 것이니 여력이 있는 사람은 오르면 될 것이고 지금 이곳에서 올려다 보며 상상 만으로도 지어내는 풍광으로 갈망을 충족시켜도 될 것입니다. 

이제는 바둥바둥거리며 조금 더 라는 욕심으로 집착하지 않아도 될 인생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일년 열두달을 눈 한번 볼수 없는 상하의 나라 브라질 상파울과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오셔 이렇게 눈의 눈호강을 하는데 무엇을 더 과욕부리랴 하시는... 몸을 돌려 모레인 호수와 라치 밸리 그리고 10피크스가 한눈에 차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동안 상념에 잠깁니다. 저마다 품고온 사연과 오게된 동기와 가져갈 추억과 남기고 갈 미련과 버리고 갈 회한이 있겠지만 이 순간 만큼은 아마도 모두 다름이 없는 단 한가지 감정이 일고 있을 것입니다. 이 대자연이 주는 신선한 감동과 이 비경들을 가슴속에 새겨두는 행복한 시간. 트레킹 여행을 통해 얻는 값진 삶의 보상입니다. 

오늘 산장 숙소로 이르게  들어와 산채 비빕밥과 불고기로 저녁 정찬을 나눕니다. 한잔씩 권하는 통에 술을 많이 드시지 않던 분들도 서서히 주량이 늘어갑니다. 소주. 맥주. 와인. 브라질 전통주.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마시면 되는 풍성한 주단입니다. 오늘도 로키의 밤은 사람의 향기에 묻히고 정과 함께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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