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3
디날리, 그속 툰드라를 즐기다. Sevage Alpine Trail.
모질게 불어대는 바람이 이방인에겐 무척 낯이 섭니다. 바람의 나라 디날리. 밤새 불어 닥치는 미친 바람이 급기야는 차를 심하게 진동시켜 알람이 울어버립니다. 나야 기상 경고음으로 여기면 고마운 사고라 해도 비록 듬성듬성 그것도 RV가 대부분인 이웃 캠퍼들에게 누가 될까 황급히 해제하고 밖으로 나와봅니다. 새벽녘 바람결이 차갑지만 마른 바람이라 맑은 정신이 들게하는 신선한 느낌입니다. 여명이 내리고 있습니다. 다시 차 운전석에 앉아 차가운 기류를 엔진열로 데우며 하루를 정리하고 계획합니다. 별이 바람에 스칩니다.
공원측에서 제공하는 레인저와 함께하는 등산행사가 있습니다. 중급과 고급으로 분류하여 신청자를 선착순으로 받아 행사를 치루는데 공원 안으로 오가는 셔틀버스 요금만 지불하면 가이드 트레킹은 무료입니다. 리딩 레인저들은 자연학 전공자 만큼이나 해박한 지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설명이 곁들여지는데 하루이틀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내일을 위해서 혹은 운좋게 오늘도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을까 기대하며 방문자 센터에서 신청을 해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공원 시즌이 마감된 지금은 하지 않는다 합니다. 그것도 이틀 전에는 신청을 해야한다는 변경된 규칙을 흑인 레인저가 노래하듯 친절하게도 설명해줍니다. 그러면 굳이 디날리에 3일을 머무를 필요가 없음을 결정하고 오늘은 어제 등반한 힐리 마운틴에 버금가는 Savage Alpine Trail을 걷기로 합니다. 거개의 미국 국립공원은 무척 방대하여 공원을 관통하거나 진입하는 주 도로를 닦아 1마일 마다 표시를 해두고 모든 위치 설명을 이 포스트에 맞추어 하고 있습니다.
공원이 폐쇄되었어도 다행히 연중 개방하는 마지막 정점인 15마일 지점에 이 트레일이 시작되거나 끝납니다. 13마일 포스팅 지점에 있는 Savage River 캠핑장과 연결되어 있는 이 4마일의 알파인 트레일은 전형적인 툰드라 지역으로 걷는 동안 내내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되어 밸리에 가득 채운 낯선 풍경들과 아스라이 보이지만 디날리 산군을 조망할 수 있는 5백 미터 표고를 오르내리게 됩니다. 시즌 때는 산양의 무리들이 하이커들과 친분을 쌓고 산다람쥐를 또한 졸졸 따르니 홀로 가는 길 외롭지 않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던지 각 시작점 마다 몸풀기와 입가심 산행을 할수 있는 연결 추가 트레일이 있습니다. 캠핑장에는 1마일의 Mountain View Trail이 강쪽에는 2마일의 Savage River Loop Trail인데 모두 즐기다 보면 7마일 거리로 한 나절꺼리로는 제격입니다. 물론 주차한 곳으로 되돌아갈려면 2마일의 도로길을 더 걸어야 하지만 무미한 포장도로길이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빈번하게 오가는 셔틀 버스를 타면 됩니다.
공원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세비지 강까지 가서 트레킹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혹 로드 로터리 당첨자들과 섞여서 공원내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무임승차의 행운이 따를까 하는조금은 비굴하지만 얄팍한 기대를 품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꿈은 처절하게 부서져버리는데 강 위에 놓인 다리위에서 동서 냉전시대의 국경을 넘을 때 보다 더 삼엄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무안하게도시리 회차 명령을 받습니다. 건너지 못할 아니 건너서는 아니될 강이었습니다. 알고도 찔러본 칼인데 머 낙담할 것도 없고 강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먼저 리버 루프 길을 걸으며 시동을 겁니다. 비옥한 강 주변에서 자란 관목들이 곱게 단풍으로 물들었고 천년 이끼들이 두터운 층을 이루어 바위 사이로 채워져 있습니다. 길을 벗어나면 바위로 이루어진 동토대가 산정으로 달리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미 빙점으로 내려간 기온 탓에 더 이상 빙하나 결빙되었던 지하수들이 녹지 않아 줄어든 수량에 차라리 조용히 흘러가는 시냇물이 정겹게 여겨집니다. 산양이나 마모트, 칼리부와의 조우를 기대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오히려 가끔 나타난다는 곰의 출현을 제법 간절히 기다리게 되는 적막한 길입니다.
원점으로 돌아와 물 한모금 마시고 알파인 트레일을 오릅니다. Savage Rock 이라고 불려지는 기묘한 바위군을 지나며 오름길이 이어지는데 먼저 간 다른 일행을 따라 잡으려 바쁘게 치고 올라갑니다. 말동무나 하면서 갈까하는 마음으로 그랬으나 이내 돌려 먹습니다. 저들에겐 난 그저 불청객일 수도 있고 또 앞으로도 이어질 오롯이 몰입해야 할 솔로 하이킹의 패턴에 길들여져야 하니까요. 이탈리아가 낳은 살아있는 전설의 세계적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의 말을 되뇌이며 나를 채근합니다. "이 산을 넘는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일 뿐이다. 산은 오르는 매 순간이 처음처럼이어야 하고 과거의 기록은 무의미 할 뿐이다"
무념의 상태에서 비탈길을 크게 휘두르며 올라갑니다. 간혹 다람쥐 한 두마리가 멋적은 인사만 건네 올 뿐 한적한 길입니다. 정신줄 놓고 치고올라가다가 문득 지나온 길이 궁금하여 발길을 멈춰 뒤돌아 봅니다. 지금은 황금빛 가을의 물결로 채워진 거대한 분지 뒤에 장대한 디날리 산군이 펼쳐져 문득 지구가 아닌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풍경이 이어집니다. 황금색과 하얀색 그리고 그 색의 경계를 이루는 검푸른 바위산. 그 묘한 색의 조화가 낯설면서도 눈부십니다. 당연히 세계의 명산들이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녔겠지만 오늘의 디날리 산군도 보기 드문 장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탄식의 한숨이 새어나옵니다. 이 지구는 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비밀들을 오지마다에 숨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또 얼마나 걷고 또 걸어야 그 비밀을 조금이라도 캐볼수 있는 것일까? 실로 이 대자연 앞에서 무척이나 난망해지는 왜소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이런 풍경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지나치는 낯선 산객에게라도 자랑삼아 말을 건네고 싶은데 오직 나혼자 뿐. 망연한 마음에 배낭을 내리고 바위에 걸터앉아 소주 한모금 병채로 들이키고 그 풍경속의 개체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러다 시선이 멈춘 곳. 유유히 흘러가는 하이얀 구름떼를 향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사랑하는 이들. 그들에게 마음의 엽서를 써서 그리움도 함께 실어 바람에 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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